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광주광역시는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주먹밥, 상추튀김, 보리밥, 한정식, 오리탕, 육전, 떡갈비를 선정하고 ‘광주 7미(七味)’ 라 하여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하였다. 심지어 광주송정역에 광주 주먹밥 전문 식당까지 운영했을 정도니 적지 않은 혈세가 투입되었을 터다.
세상에! 맛의 고장 광주, 먹을 것 많기로 소문난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이 주먹밥에 상추튀김과 보리밥이라고?
관에서 추진하는 공공사업들을 보면 종종 목적 자체가 모호하거나 애초 목적과는 거리가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있는 듯하다. 그 사업에 관한 이해 부족 또는 의도적인 왜곡 때문이다. ‘광주 7미’ 사업의 목적은 무엇일까? 당시 홍보 자료들을 보면 맛의 고장 광주의 다양한 음식 중에서 특별히 빼어난 7가지 음식을 선정, 홍보함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그를 통해 미향(味鄕) 광주의 이미지 제고와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것을 이 사업의 목적으로 정했음을 알 수 있다. 관광산업이 활성화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광 매력물(tourism attraction)이 부족한 광주에서 천년을 이어 온 남도의 화려한 음식문화를 관광 자원화한다는 점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업이고 목적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 목적 달성을 위한 핵심 키워드가 ‘관광객’과 ‘그들이 좋아할 음식’이라는 것이다. 광주 시장이나 국회의원이나 담당 공무원 또는 이 선정 사업에 참여한 지역 내 카르텔에 얽히고설킨 교수와 업자들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올 관광객’이 주 타겟(main target)이고, ‘다른 지역 사람들이 좋아할 음식’이 핵심 상품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이나 부산 사람들이 광주에 온다면 어떤 음식을 가장 먹고 싶어 할까? 광주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 없이 상다리 휘어질 만큼 다양하고 풍요로운 메뉴로 가득한 남도 정식이다. 광주까지 주먹밥, 상추튀김, 보리밥 같은 음식을 먹으러 일부러 올 일은 없다는 말이다. 주먹밥은 광주에 온 길에 5.18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경험해 보는 특별한 상징적 음식이지 관광객들이 광주를 찾는 목표 대상으로서의 대표 음식일 수는 없다. 그런 주먹밥을 광주에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할 대표 음식으로 전면에 내 세우는 일은 오히려 외지인 관광객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관광객은 남도 음식의 맛과 멋을 즐기기 위해 오는 것이지 음식에 담긴 심각한 의미를 먹으러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광주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주먹밥을 선정한 것은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적 문화적 성과 추구’라는 사업의 본질을 망각했거나, 지역 정치인과 주민들의 자기 이익 우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의 목적을 의도적으로 왜곡했기 때문에 나타난 주객전도의 모습이다.
7미(七味)니 10미(十味)니 하여 굳이 특정 숫자를 억지로 꿰어맞추는 방식 역시 진부하다. 특징 없는 여럿을 늘어놓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차별성을 갖는 한 개 또는 두 개 정도의 상품을 플래그십 브랜드(flagship brand) 혹은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고 거기에 자원을 집중하여 홍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집중(focusing)이야말로 자원이 부족한 조직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 배우지 않았던가?
의미(意味)가 아닌 경제적 실리(實利) 추구가 목적인 사업이라면 철저히 고객의 관점에서 그들이 원하는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