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를 들뜨게 했던 한강작가가 꿈만 같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이미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했고 여타 국내외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여 언젠가는 노벨문학상 반열에 들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이토록 빨리 그 날이 올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놀라움과 더불어 그 기쁨은 더욱더 컸다. 나라 전체가 온통 축제 분위기였고 문학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온 국민 독서 붐이 일어났다.
한강 작가는 관계인구?
한강 작가가 광주태생이며 광주 518을 소재로 한 ‘소년이 온다’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음이 온 세계에 알려져 그 의미가 더욱더 깊다. 한강 작가가 비록 광주를 어린 나이에 일찍 떠나 서울로 갔지만 그동안에도 광주비엔날레나 지역에서 열리는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광주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광주와 관계를 맺어 왔다는 점에서 한강작가는 광주의 관계인구이다. 한강작가가 쓴 소년이 온다 소설 속 518 장소(사적지)들은 이제 국내외에서 수많은 방문객들이 찾을 정도의 핫한 장소가 되고 있는데, 맨부커상 수상 이후 작가 한강이 동명동 한옥을 찾아 잠깐이나마 머무르면서 글쓰기를 하였던 장소가 동명동에도 여전히 있다. 지금은 한옥 음식점으로 쓰이고 있지만, 집주인의 말에 의하면 그 장소는 왠지 책 읽고 글쓰기 좋은 곳이었다고도 한다. 한강 작가의 광주에서의 발자취는 출신 초등학교 외에도 곳곳에 많을 것이며 앞으로도 광주와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관계인구전략으로 바라본 광주발전
이제 관계인구전략으로 바라본 광주발전 이야기이다. 관계인구는 전입지원금 등 타 지역 인구 빼앗아 오기에 불과하고 성과도 미미했던 기존 인구 대책의 한계를 극복할 보완적 방법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데, 여행객 같은 일회성 교류인구와 아예 이주하여 터를 잡고 사는 정주인구 사이의 중간적 개념이며 연고자나 왕래자 또는 관계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들로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관계인구의 개념은 2016년 일본 타카하시 히로유키가 그의 저서 “도시와 지방을 섞다: 타베루 통신”에서 정주인구와 교류인구 사이의 관계인구를 발굴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일본 정부(총무성)는 2019년부터 제2기 지방창생 전략의 일환으로 관계인구 창출·확대정책을 시행하여 지자체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에서 시작한 관계인구는 관광객과 같은 교류인구와 주거지를 옮긴 정주인구의 중간적 개념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는데, 관계인구의 개념 도입은 지역의 인구문제를 현재 살고 있는 정주인구수라는 양적 문제가 아닌 질적인 문제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데 기여하였고 한 달 살기, 워케이션, 고향 납세 등 다양한 세부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생활인구란?
늦었지만 우리나라도 지난 2022년「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지역 간 인구유치 경쟁을 극복하고 지역의 활력을 증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관계인구와 유사한 개념으로 ‘생활인구’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여 오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으로 주민등록인구·등록외국인(등록인구)과 함께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사람(체류인구)이다. 통근·통학·관광·휴양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을 포함하는 새로운 인구개념을 추가한 것이다.
최근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2024년 2/4분기 시범지역의 생활인구를 공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전라남도 16개 인구감소지역의 생활인구는 370만4천명으로 주민등록인구 70만2천명 보다 4.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된 등록인구 수에 비하여 체류 인구를 늘리면 이들이 지역 방문으로 체류, 숙박, 음식점 방문, 물건구매 등 소비지출을 하게 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할 것이다. 물론 일본의 관계인구와 우리나라의 생활인구는 비슷한 맥락이기는 하지만 개념적으로 동일하지는 않다.
관계인구지원센터 도입 필요
국내에서도 발빠르게 일부 지자체는 관계인구지원센터(정확하게는 생활인구지원센터)를 도입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작년도 2024년부터 경북문화관광공사에 ‘경상북도생활인구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생활인구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 관계 안내인 모집, 생활인구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고령군에서는 민간에서 주도하여 생활인구센터를 만들기도 하였다. 전북 남원시에서는 전국 최초로 생활인구 10만명 유치를 위한 ‘생활인구 기본 조례’를 제정하여 남원사랑 시민제도 도입, 생활인구 지원센터 설치·운영 등에 대한 사항을 담아 적극적으로 생활인구 확대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생활인구 제도하에서 단순 방문자인 체류인구의 수만을 늘리기에 급급한 시책은 인구감소와 지역 활력저하 등 지방소멸 위기 대응에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 체류 인구의 단순한 양적 증가보다는 체류 인구의 지역 방문 계기, 내용 등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여, 산업, 문화,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이들의 수요에 맞춘 맞춤형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지역을 방문하는 체류 인구가 그 지역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역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함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으로 이주하여 정주인구가 될 수 있으므로 이를 위한 전략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관계인구지원플랫폼이 생긴다면
오랫동안 외지에서 근무하다 지역으로 귀향하여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사람(지역귀향 탐색자)들을 관계인구 체계로 포함(생활인구화)하여 그들의 경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지역발전의 좋은 모멘텀이 될 수 있으므로, 이들이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관계인구지원플랫폼(관계인구지원센터나 생활인구지원센터)”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로컬에서 새로운 가치창업(로컬벤처, 로컬크리에이터)을 하는 경우가 많고 창업을 위하여 연고가 아닌 지역을 탐색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들을 대상으로 지역에의 관심을 유발하고 연계를 통해 커뮤니티 형성의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창업 유입을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광주에서도 하루속히 관계인구지원센터 관련 조례 제정과 더불어 관계인구지원센터를 시 차원은 물론 5개 자치구 단위로도 설치하여 운영하길 바란다. 시는 총괄지원센터의 기능을 수행하고 각 자치구의 경우 해당 지역의 산업, 경제, 교육, 문화 등 특성과 여건에 따라 차별화된 기능으로 센터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광주 동구는 산업단지가 유일하게 없는 자치구이지만 ACC 등 역사 문화와 콘텐츠 중심지이기도 하므로 문화관광 분야의 관계인구지원 기능과 더불어 전남대병원과 조선대 병원 등이 집적되있는 점을 활용하여 헬스케어분야 특화된 기능을 결합한 관계인구지원센터로 운영해나가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백 년에 한번이나 있을까 말까 한 광주의 큰 경사이자 쾌거로 관광불모지라 불리웠던 광주의 인지도, 관광 매력도를 높이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질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이기도 하다. 한강작가가 앞으로도 광주의 관계인구로서 자주 광주를 자주 와주었으면 하는 바램과 더불어 관계인구로서 역할과 활동도 많이 해주었으면 한다. 지자체에서도 관계인구 전략 차원으로 관계인구지원센터 운영과 더불어 노벨문학상을 기념하는 ‘광주세계문학엑스포(박람회)’의 정기적 개최, ‘노벨상기념관(김대중 대통령의 노벨상평화상과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건립 등도 새로운 정책과제로 기획하고 추진해나갔으면 한다.
잘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