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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관 - [김PD의 불펀(Fun)한 생각] ep.1 불편해질 권리? 어쩌면 의무!

플레이광주 0 231 01.10 12:33

- 초개인화 시대, '불편함'이라는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제품 전시회, CES에서 국내 한 대기업이 초개인화 TV를 선보인다는 소식을 접했다. 여기서 문득 든 생각! 유튜브, OTT, 소셜 미디어는 이미 ''만을 위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이제 TV마저 그 대열에 합류한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나와 다름'을 만날 수 있을까? ''와 다른 생각, 취향, 가치관, 삶의 방식들. 그것들을 외면한 채 '편리함'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용산에 은둔한 어느 부부는 입법부의 견제와 감시를 부정 선거에 의해 뽑힌 '빨갱이'로 몰아세우고 계엄령으로 처단하려고 했다. 듣기 좋은 말만 골라 듣고, 불편한 진실은 외면한 결과다.



- 불편함이 죄악처럼 느껴지는 시대 -


인류 문명은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 편리함에 젖은 인류는 불편함을 죄악처럼 여긴다. 타인이 주는 불편함, 자연이 주는 불편함, 자신이 주는 불편함까지도 우리는 끊임없이 회피하려 한다. 급기야, 사유(思惟)조차 거추장스러워 AI에게 맡기는 지경이다. 하지만 편리함이 고도화될수록 우리는 비인간화되어 가는 아이러니에 직면한다. 어떤 이는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인 단체 행동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어떤 이는 다름자체를 혐오한다. 또 어떤 이는 서비스 제공 노동자에게 갑질을 일삼고, 심지어 대형 참사 유가족에게조차 불편함을 느껴 조롱을 일삼는다.


- 불편함에 내재한 가치 -


반면에,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이들도 있다. 불편함에 내재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환경 보호를 위해 번거로움을 감수하거나, 굳이 애써 주말 저녁에 촛불 집회에 참여하거나, 대형 참사의 현장에 봉사활동을 자처하는 건 더 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사적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손 편지를 쓰고, 캠핑을 즐기고, 땀 흘려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불편함에 내재 된 살아있음, 휴머니티를 느끼고자 한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흔히들 (Hip)하다고 하는 공간, 제품, 서비스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우리 안의 낯설고 불편한 감각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편리함을 원하면서도 불편 가운데 가치와 즐거움을 찾으려는 욕망이 공존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기존의 것을 지키며 안온함을 추구하는 보수주의와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사회 변화를 추진하는 진보주의와 연결된다.



- 불편함을 통해 성장하는 우리 -


둘 중 어느 것을 따를 것인가. 본인의 자유겠지만, 불편함을 무능 또는 죄악으로 여기진 말자. 누군가의 불편함을 감내한다는 것은 때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며, 더 나은 나,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애티튜드(태도)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할 때 우리는 비로소 성장한다.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초개인화 알고리즘의 편리함에 안주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확증편향의 늪에서, 비대해진 자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심란한 연말 연초를 보내다 보니, 불편함을 통해 성장하고, 진정한 인간다움을 회복하는 길,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이 아닌가도 싶다. 나 또한 이 지면을 통해서 불편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글을 써봐야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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