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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석 - [인생 2막 재취업기]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는 행복

플레이광주 1 132 01.09 12:55


 

  9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입대한 군에서 제대 후 입사해 일하던 통신회사에서 정년퇴직했다

회사에서 나이 많은 직원에게 적용한 임금피크제 기간마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라는 정년퇴직이다

45세는 정년, 56세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놈이고, 62살이 되어서도 퇴직을 안 하면 오적이라는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란 말이 유행했던 시대에, 수시로 명퇴를 권유하는 회사에서 수모를 견디어내야 할 수 있는 정년퇴직이다. 33년간 쉼 없이 일을 해왔으니, 우선은 쉬고 싶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그냥 내 생각을 다듬어 썼던 글을 본 주위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라고 했다. 잘 쓴다는 말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던 차에 퇴직했으니 정말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어중간한 글쓰기 실력을 바로잡기 위해 시인이 가르치는 교실에 시를 배우러 다니고, 블로거로서 블로그에 글을 게시하고, 시민기자로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촬영하고 기사를 작성해 신문사와 TV 방송사에 영상과 기사를 보내며 나름 바쁘게 지냈다.

 


  정년퇴직하기 전에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일을 해야 하는 일상이 지겨웠다. 기술자에게 당연하게 주어진 장비 운용과 유지보수를 하는 일은 견딜만했다. 그러나 본연의 일 외에 핸드폰을 팔고, 인터넷을 팔며, 심지어는 카드를 모집해야 하는 영업일은 스트레스였다. 동료나 선후배 중 명예퇴직을 하는 기술직의 대부분이 영업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퇴직하기 전에는 퇴직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무슨 심보일까? 9개월을 쉬면서 주어지는 매일이 날마다 주말이고 휴일이니 처음에는 오졌지만, 슬슬 지겹고 지루했다. 나이는 60이 넘었으나, 마음은 아직 이팔청춘이고, 몸도 아직 뛰어다닐 만큼 힘이 넘치는데, 갑자기 쉬려니 몸이 근질거렸다.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체질일까?’ 다시 출근해 일을 하고 싶었다. 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서 기술직으로 일했으며, 기술 분야 자격증이 여럿 있어서 재취업에는 자신 있었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근거 없는 자신감, ‘근자감이 넘쳤다. 그러나 현실은 경력이 없는 자격증이라 한계에 부딪혔다


한 달여 일자리를 구하던 중 무경력자라도 괜찮다며 채용하는 회사에 취업했다. 재취업한 회사는 새 아파트를 짓는 공사 현장에서 소방 시설 공사를 담당하는 본사를 대리해 현장을 책임지는 소방 기술자다. 일 년 내내 온습도가 일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컴퓨터와 통신장비 속에 갇혀서 일하던 통신회사와는 전혀 딴판인 건설 현장. 통신회사에서 대형컴퓨터인 전자교환기를 운용하고 Software를 변경하는 등 기계를 상대로 하는 일은 ‘1’이나 ‘0’ 둘 중 하나만 있을 뿐 중간은 없으며, 인간적이거나 융통성은 없었다. 이에 반해 건설 현장은 더울 때 더 덥고, 추울 때 더 추우며, 거칠지만 인간미와 생동감이 넘쳤다. 사람이 사는 맛이 더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사용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도 어렵고, 일도 낯설었지만 새로운 일이라 즐거웠다. 신입사원이라 생각하고 누구에게나 배우면서 재미를 붙여 일하다 보니 마침내 아파트를 준공했다. 시작은 다른 사람이 했으나, 끝은 내가 마무리했다는 보람이 컸다. 이렇게 쌓은 1년 반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건설 회사에 취업하여 경력을 쌓는 과정을 반복하며 4개 현장 아파트를 준공했다. 지금은 다섯 번째로 여수시의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2027년 여름 준공을 목표로 일하고 있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남녀 10명 중 9명은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어 한다. 주된 이유는 돈의 부족이다

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2024년 조사한 자료에서 성인남녀 4,056명을 대상으로 정년 후 근로 의향을 조사한 결과 87.3%(3,539)가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75~79세까지 근로하고 싶어 하는 비율이 17.5%이고, 80~84세까지 근로하고 싶은 비율은 7.8%이며, 90세 이상까지 근로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3.7%. 현행 60세인 법정 정년에 대한 조사에는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라고 답한 사람 비율이 84.1%였다. 연장할 정년은 평균 67.7세였다. 구체적으로는 ‘65’(45.6%), ‘70’(28.7%), ‘75’(5.2%). 정년 연장이 필요한 이유는 ‘60세 이후에도 신체적으로 충분히 더 일할 수 있어서’(79.1%, 복수응답)1위였다. 그다음으로 기대수명이 늘어나서’(45.5%), ‘연금 고갈 등으로 일해야 하는 노년층이 많아질 것 같아서’(38.3%), ‘인구가 줄어 노년층의 노동력이 필요해서’(29.8%) 등의 이유를 꼽았다. 정년 후에도 일하려는 이유(복수응답)는 아래 표와 같다.

 

출처 : 구리남양주뉴스2024.10.15. 06:47 <https://www.gnnews.org/news/articleView.html?idxno=10700>


  위 보도처럼 나 역시 일할 수 있는 건강 상태다. 일을 하니 월급을 받는다. 부수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순회 점검하니 무료함을 느낄 사이가 없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받는 나는 경제적으로 부족함은 없다. 다만 나는 기회비용을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한다라는 말처럼,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서 일하고 싶을 때, 막상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을 당할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기회비용(機會費用, opportunity cost)은 경제학에서, 의사 결정에 따른 단위 품목의 생산·소비가 다른 단위 품목의 생산·소비 기회를 포기하게 한다는 관점에 따라 그 비용을 대안의 가격으로써 비교하여 추산한 것을 가리킨다. 이를 재취업의 경우로 풀이하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며, 돈을 번다. 대신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포기해야 한다. 지금 나는 자유로운 삶과 편안한 노후는 나이가 더 들어서 누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식구에게도 나는 70세까지 현장을 뛰며 일을 하고 그 이후는 건강 상태를 봐가며 더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쉬겠다라고 선언했다. 벌지 않아도 될 돈을 월급으로 받으니, 훨씬 여유롭다. 2023년에는 태국 치앙마이, 2024년에는 중국 황산, 이탈리아 일주 등의 외국 여행을 했고, 20251월에는 캄보디아 시엠립 가족여행을 예약했다. 물론 경비는 내가 전액 부담한다. 식구들이 여행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행복하다. 길을 가다가 내가 작업에 참여한 광주 남구 백운동의 아파트, 강진과 장성의 LH 아파트, 순천 트리마제 아파트를 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다.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지에 산다. 남들은 한 달 살기를 위해 돈을 들이지만, 나는 월급을 받으며 1, 2년 살기를 할 수 있다. 여수만 해도 구경삼아 오동도 등 몇 곳을 보기는 했지만, 2년 반을 머무르며 여수의 속살을 살펴볼 예정이다

이 또한 기쁨이고 살면서 느끼는 행복 아니겠는가?


 

Comments

담희 01.0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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