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난 음식으로 담아낸 다양한 사회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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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맛깔난 음식으로 담아낸 다양한 사회풍경
하루.K 개인전 ‘식사풍경’ 전시회||오는 21일까지 동구 예술공간 집||음식 소재 신작 등 50여점 선보여||작가 특유 위트·친근함 등 돋보여
  • 입력 : 2022. 06.12(일) 15:19
  • 최권범 기자

맛깔나는 음식을 소재로 현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전시가 관람객들을 찾아간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예술공간 집은 9일부터 21일까지 '하루.K의 식사풍경(飾詐風景)'展을 연다. 지난 2019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 청년작가초대전으로 열린 '기묘한 식객, 하루.K 와신짬뽕' 전시 이후 3년 만의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전통 산수화와 음식 이미지를 결합하고, 관련 사물과 장면 등을 조합, 편집해 낸 독자적 작품세계에서 더 나아가 새롭게 확장될 작품세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신작 등 5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식사풍경'은 먹는 일인 '식사(食事)'와 사회의 단면들을 교묘하게 버무린 식사'(飾詐)'를 함께 담아냄을 의미함에서 비롯됐다. 살짝 비틀어내기도, 부조리한 모순을 유쾌하게 전복시키기도 한 작품들로, 본질적 물성이 제거된 음식의 이미지나 언어유희적 사고가 가미되며 절묘한 연계를 만들어 내거나, 스낵처럼 가벼운 일상 속 음식 이미지들을 재현하는 등 작가만의 다양한 변주로 가득한 식사가 차려졌다.

'李씨발라, 金씨발라...', '빵~이야', '반하나봐라' 등의 작품들은 대중문화 속 아재개그같은 위트를 불어넣은 작품들로 음식과 사회풍경을 버무려냈다. 수박의 씨와 줄무늬를 제거하는 장면을 그린 작품에 '李씨발라, 金씨발라...'라는 제목을 붙여 사회 속 모순된 존재들에 대해 유머러스한 단상을 표현했고, '빵~이야'는 과녁이 된 완두앙금빵이 서부 평야 총잡이들에 의해 구멍이 뚫리고, 녹색 앙금이 흘러내리는 장면이다. 또 뉴욕 한복판 자유의 여신상 자리에 들어선 바나나를 그린 '반하나봐라' 등 작품들에는 작가 특유의 유머로 해석된 사회풍경이 담겨졌다.

'캔디플라워' 연작은 사탕과 초콜렛 꽃이 달린 식물들로 진짜와 가짜가 혼재된 풍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냈으며, '스낵드로잉' 연작은 작가가 날마다 먹는 일상의 음식들을 가볍게 재현한 것이다.

이처럼 삶에서 가장 익숙하고 중요한 매개체인 음식들로 사회 속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가고 재미를 불어넣으며, 냉철한 비판적 사고도 잃지 않는다. 작가 특유의 재치를 불어넣은 그림들은 유쾌하게 시대를 반영하며 일상의 허허로움을 슬그머니 채우고 관람자들에게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슬쩍 건드리고 톡톡 터트려내듯 작품 속 음식과 풍경들은 맛깔스레 버무려지며 그림 한 상 앞에서 눈과 입이 즐거워진다.

하루.K는 "여러 문화가 혼재하고 교류하는 시대의 다양한 풍경을 폭넓게 보여주고 싶었다. 나의 그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정체성이자 시대의 풍경들이다. 내 그림속 유쾌한 통찰로 일상을 조금 더 즐거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예술공간 집 문희영 관장은 "다양한 풍경 가득한 그림 한 상이 차려졌다"며 "위트가 가득하면서도 진중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림들로 채워진 식사풍경을 많은 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대표작 15점을 선정해 포스터북을 제작했다. 맛있는 산수의 대표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골고루 작가의 작품세계를 또 다른 방식으로 소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문의 : 예술공간집(062-233-3342)

하루.K 작 '반하나봐라'

하루.K 작 '빵~이야'

하루.K 작 '캔디플라워'

하루.K 작 '차를 내리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