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담 통한 오월 광주 그대로 재현
총기 들어야 했던 학생들‘집중’
오월 대표브랜드로 ‘자리매김’

연극 ‘애꾸는광대-어느 봄날의 약속’ 공연 일부.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매년 돌아오는 광주의 봄은 80년 5월을 회상하며,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문화예술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다. 42주년을 맞은 올해 역시 뮤지컬 ‘광주’, 무용 ‘오월의 바람’, 오페라 ‘박하사탕’ 등 많은 작품들이 무대에 올랐고, 문화예술을 통해 다시 한번 80년 5월 그날의 진실을 되새기게 했다.

특히 수많은 작품 가운데 지난 10여년동안 5·18 그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오롯이 한길만을 걸어온 작품이 또다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바로 이세상 총감독이 연출한 연극 ‘애꾸눈광대’이다.

80년 5월을 몸소 겪은 이세상 총감독은 그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010년 1인극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 ‘애꾸눈광대’를 무대에 올렸다. 2020년부터는 보다 쉽게 5·18을 알리기 위해 영상과 자막을 더해 세미뮤지컬 형식으로 노래와 춤을 결합해 5월의 슬픔과 웃음,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올해 무대에 오른 연극 ‘애꾸눈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은 광주시민들 가슴 속에 다시 한번 이름없이 산화한 시민군의 애환과 민주주의 열망을 새겼다.

80년 5월 도청 지하실의 이야기를 다룬 ‘어느 봄날의 약속’은 계엄군을 몰아낸 뒤 도청 지하실에서 벌어진 항쟁 지도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작품은 무기를 반납하자는 ‘무기회수파’와 끝까지 죽음으로 맞서 싸우자는 ‘결사항쟁파’ 시민군의 갈등을 다뤘다. 이를 위해 당시 실존 인물인 이종기 변호사와 문용동 전도사, 고등학생 시민군 안종필과 문재학 등의 사연을 바탕으로 무용과 노래, 손 안무 등을 추가해 예술적 요소를 더했다.

연극 ‘애꾸눈광대’ 공연일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소박한 광주시민들, 그들은 옛 전남도청 앞에서 울린 한발의 총성을 시작으로 넥타이 대신 머리띠를 메고, 연필 대신 무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어느 오월 작품과 시작은 비슷했다.

하지만 작품은 당시 학생이었던 어린 시민군들이 왜 총기를 들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당시 학교와 야학에서 ‘존엄’의 가치를 배우던 어린 학생들은 같이 공부하던 형, 누나, 동생 그리고 삼촌 등이 발가벗겨진채로 군인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에 불의를 참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작품 속 대사로 묘사돼기도 했다. 야간학교 학생인 신재수는 “가슴 한쪽이 잘린 여학생의 시신”, “속옷차림으로 끌려가는 청년들” 등 거대한 폭력 앞에 광주시민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다짐을 나타낸다. 어린나이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어린 시민군들은 ‘유혈사태에 대한 사과’와 ‘계엄군 철수’ 등을 요구하며 끝까지 도청을 지킨다. 당시 광주를 지키던 시민군의 모습이 투영된 듯 하다.

이처럼 작품은 곳곳에 5·18관련 증언 등을 배경으로 한 대사와 관련 영상을 동시에 상영함으로써 80년 5월 상황을 상세히 묘사해 현실감을 더했다.

관객과 함께 80년 5월 시민군의 승리를 즐기는 연극 ‘애꾸눈광대’ 출연 배우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무엇보다 소극장의 공간적 한계를 활용해 관객을 제3의 배우로 끌여들였다.

계엄군을 몰아내고 시민군이 승리를 만끽하는 순간, 관객 역시 박수를 치며 환호했으며, “김대중 석방”, “계엄 철폐” 등 다양한 구호를 함께 외쳤다. 특히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그러들지 않은 구호 “전두환은 물러가라 훌라훌라” 훌라송을 제창할 때는 박수와 함께 발을 구르며 관객은 무대 위로 흡수되는 듯 했다. 그야말로 제3의 배우로 객석에서 함께한 것이다.

재밌는 것은 작품을 관람한 후 연극 ‘애꾸눈광대’의 부제 ‘어느 봄날의 약속’에 대한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과 청년 등 광주시민군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계엄군의 압박 속에서도 도청을 끝까지 지키며 그들만에 한가지 약속을 다짐한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매년 5월 27일 전남도청 분수대 앞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작품을 연출한 이세상 총감독은 “아직 5월에 대해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반드시 역사적 사실이 규명돼야 한다”며 “연극을 관람하러 오는 학생들이나 관객들에게 이 연극을 통해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5월을 잊지 않고 살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꾸눈광대-어느 봄날의 약속’은 2013년 상설공연으로 전환, 전국 각지와 해외 등 213차례 공연을 선보였으며, 오월 대표브랜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순회공연을 마친 공연은 오는 8일 광주 서구 광주중학교 등지에서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는 14일부터 16일에는 광주 동구 광주아트홀에서 관객과 또다시 만난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