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집, 8~20일까지 허달용 개인전
‘이순(耳順)_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
‘창’ 매개로 옮겨 담은 작품 13점 선봬

 

허달용 作 ‘오월의 창’

나이 60세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이순(耳順)’은 ‘귀가 순해진다’라는 뜻이다. 이는 공자가 논어에서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됐다”라고 회고한 데서 비롯했다. 즉,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귀가 순해지고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임을 함축한다.

올해 이순을 맞은 허달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규정하던 많은 것들에 대한 성찰을 화폭으로 옮긴 전시를 마련해 눈길을 끈다.

예술공간 집은 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허달용 작가의 개인전 ‘이순(耳順)_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이하 이순)’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창’을 매개체로 그려낸 풍경들을 통해 삶의 안과 밖을 보는 다양한 관점 제시하는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창’이라는 매개체를 더 확고히 보여주고자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대작들을 위주로 준비했다.

허달용 作 ‘창-제주에서’

전시 ‘이순’의 출발은 지난 2021년 옛 국군통합병원에서 우연히 마주한 창문을 보면서다. 허달용 작가는 역사의 상흔이 베인 공간에서 마주한 창문 앞에서 수많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2021년 봄, 빛도 들지 않은 창문 안 공간은 폐허가 돼 스산했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따뜻한 봄볕은 찬연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러한 안과 밖의 경계에 있는 창문은 허 작가 스스로 경계와 같이 인식됐고, 그는 세월의 먼지가 낀 창의 모습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전시 작품들은 ‘창’이라는 틀을 사이에 두고 바라본 세상의 다양한 풍경들이다.

허달용 作 ‘창-월야관매’

허달용 작가는 때론 유리창이어서, 또 콘크리트 담벼락을 끼고 있어 몰랐던 사실들을 깨닫는 나이에 이르러서야 ‘다름’을 보듬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마음을 화폭에 담았다.

허달용 작가는 “내 안의 벽을 스스로 허물어야만 빛도 온기도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맑고 깨끗했던 유리창에 닦이지 않은 이물이 끼고 나니 조금씩 인식되는 창문을 느끼며 작품을 통해 스스로 벽을 허물고 빛과 온기를 채우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허달용 作 ‘창문 밖 풍경’

신작 ‘창문 안의 삶’은 허달용 작가가 날마다 오르내리는 작업실 계단을 그린 작품으로, 창문 안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작업실 풍경을 새롭게 인식하며 캔버스에 담아냈다.

이외의 작품들 역시 일상에서 마주한 풍경, 제주 여행에서 보았던 풍경 등 일상에서 마주했던 풍경을 ‘창’이라는 틀을 통해 새롭게 인식하는 장면으로서의 모습을 담아낸다.

허달용 작가는 “40여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먹과 종이의 교감을 이어왔다. 작품을 해나가는 과정과 경험, 이를 통한 기쁨과 고통은 늘 함께해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어느덧 60이 됐다. 어떠한 일에 대해 귀로 듣기만 해도 곧 이해가 될 정도로 연륜이 쌓였다 하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진정 내 삶이 그러한가를 다시금 되짚어보고, 스스로 벽을 허물어 작품세계에 큰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소개했다.

허달용 작가 개인전 포스터

한편, 허달용 작가는 전남대 예술대를 졸업했으며, 20여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초대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사)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사)광주민족미술인협회, 연진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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