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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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미술관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개최
  • /전효정 기자
  • 승인 2022.12.1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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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19일까지 중진작가초대전…작품 40여점 선봬
강운·김유섭·박은수·이승하·서정민·정광희 작가 참여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전시 모습.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전시 모습. /광주시립미술관 제공

 

[광주타임즈]전효정 기자=광주시립미술관은 2022 중진작가초대전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을 15일부터 오는 2023년 3월 19일까지 본관 제 5, 6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은 비재현적 경향의 작업을 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꾸준히 펼쳐온 중진 작가 강운, 김유섭, 박은수, 이승하, 서정민, 정광희 작품 40여점을 전시한다. 전시장에 선보이는 여섯 작가의 근작들은 비재현적인 형식뿐만 아니라 각자의 창조성을 바탕으로 내면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것’은 주로 ‘추상(抽象)’하면서 표현한다. 추상한다는 행위는 본질을 더 어렵고 희미하게 하는 행위가 아닌, 사전적 의미 그대로 ‘개별적인 사물이나 개념들로부터 공통점을 파악하고 추출하는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상미술을 해석한다면 우리가 접하는 일상, 풍경 등에서 작가들의 시선으로 추출된 보이지 않는 풍경은 작가들이 요약하고 파악한 서술적인 풍경들인 셈이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모방과 재현하는 미술은 예술가들의 의욕을 자극하지 못했고, 눈에 보이는 세계를 함축해 나가거나 그 외형 너머의 본질을 추출하는 큰 두 방향의 추상미술로 전개됐다. 1950년대 구상화가 주도하던 호남화단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추상미술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이 실험정신은 지역 전위예술, 복합장르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한국추상미술의 시작점에 있던 호남미술의 현재는 어떠한 모습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현재의 미술은 구상미술이 다시 조명받거나 다양한 매체와 실험예술이 지속되는 등 예술의 다원화가 실현되고 있으나, 평면 화면 위 비재현적인 작품들도 여전히 유의미하며 관객의 마음을 크게 울린다. 

김유섭은 작품을 통해 회화의 본질과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그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 끝에 색채에서 회화의 본질을 찾은 작가는 검은색으로 비워내는 작업과 역동적인 원색을 화면에 드러내는 작업을 하면서 본인의 화두를 제시한다. 

박은수 작품은 기하학 형상과 작가만의 색을 입힌 종이 부조 조각들로 이루어진 도시 풍경화이다. 현대인의 초상, 군상, 도시의 풍경을 작품의 소재로 해온 작가는 초기 형상을 단순화하다가 근래에는 기하학 형상과 색을 강조한다. 

이승하는 실재하는 비정형 이미지를 사진과 영상에 담아 의식과 무의식, 생성과 소멸의 경계를 이야기한다. 초기 재현적인 사진 작업을 하던 작가는 근래 본인의 내면을 은유하는 실재 이미지를 포착해 사진과 영상의 회화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전시장에 선보이는 ‘무제의 공간’ 시리즈는 먹, 물, 그리고 먹에 물을 떨어뜨리는 작가의 행위에 의해 먹물이 섞이는 과정을 포착한 두 편의 영상이다. 

강 운은 구름, 마음 등의 변화를 관찰해 화면에 담는다. 구름 연작 등의 초기작은 무한히 펼쳐져 끊임없이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관찰해 그린 것이고, 근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상을 관찰해 색상과 묘법의 실험을 통해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모든 것이 변하는 속에서 작업을 통한 수행을 실천하며 작가만의 예술세계를 찾아간다.

정광희는 독특한 시선으로 수묵 추상 작업을 한다. 서예를 전공한 작가는 문자를 사용하는 서예는 의미론적 사고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나고자 서예가 아닌 회화, 회화가 아닌 서예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서정민은 한지로 만든 선(線)을 캔버스 위에 조형화해 노자의 무위(無爲)의 철학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초기 고향 풍경을 그리다가 ‘무의 공간을 채워야 본연의 선을 살릴 수 있고, 또 채워진 공간을 다시 비워야만 본연의 선을 살릴 수 있다’는 도덕경의 글귀를 통해 선으로부터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찾았다. 

광주주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예향이라고 불리는 호남화단에서 비재현적 경향의 작품으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펼쳐온 작가를 소개하는 전시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작업에 몰두하며 실천적 차원에서의 수행과정을 거친 6인의 중진 작가 작품을 관람하면서 보이지 않는 풍경의 울림을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광주시립미술관은 ‘보이지 않는 말들의 풍경’ 개최를 기념하고자 참여작가 6인 및 주요 관계자를 모시고 오는 20일 오후 4시에 개막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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