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남진 개인전 ‘스틸라이프’
작은 쪽지에 담긴 삶의 연서
광주신세계갤러리 내달 5일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아온 임남진 작가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오는 12월 5일까지 개인전 ‘스틸라이프(Still Life)’를 개최한다. 사진은 임남진 作 ‘연서’ 시리즈

말로 전하지 못한 이야기를 꾹꾹 눌러담아 곱게 접어 보내는 ‘연서’.

그 안에는 숱한 삶의 사연들이 담겨있다. 들춰내지 않았던 이야기와 일부러 숨겨둔 이야기, 끝내 꺼내지 못한 사연들 모두 꾹꾹 눌러 접은 쪽지에 담겼다. 이 작은 쪽지는 시간을 삭혀 연서(戀書)가 됐다. 이처럼 주변의 삶을 관찰하며 그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는 임남진 작가가 삶의 자화상을 넘어 작은 쪽지에 삶의 연서를 통해 저마다의 삶의 사연을 담아낸 또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임남진 작가는 오는 12월 5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개인전 ‘스틸라이프(Still Life)’를 선보인다.

임남진 작가의 개인전 ‘스틸라이프(Still Life)’ 전경.

임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다채로운 색을 조합한 또 다른 느낌의 풍경을 담은 ‘연서’ 시리즈를 첫 공개했다. ‘연서’ 시리즈는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사연이자 또 누군가에게 건네받은 마음이고 기억이며 추억이다. 숱한 사연은 다채로운 색으로 하나한 화면에 박혔다. 소박하면서 때론 거대하기도 한 각양각색의 쪽지들엔 묵혀진 시간과 삭혀진 이야기들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담백하고도 묵직하며, 단아하면서 또 강렬하다. 특히 다채로워진 색의 변주는 더 많은 이야기를 품어가고 무한한 이야기로 확장했음을 보여준다.

임남진 작가는 불화의 형식을 빌려 줄곧 한 시대의 이야기를 인간 군상의 이미지로 풀어왔다. 한 폭의 그림에 밀집돼 표현된 일상들은 작가가 살아가는 복잡한 현시대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냈다. 이처럼 시대의 군상을 세밀하게 보여줬던 임 작가는 2018년 개인전 ‘Still Life’를 통해 전환점을 맞았다.

임남진 作 ‘나는 너는’

2007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임남진 작가는 착오와 좌절, 불안한 절망의 시기를 거치며 작업의 변화를 모색했다. 현 시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그 안의 사건 하나하나를 담아내고 때론 사회 부조리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을 하던 그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했지만 눈길을 주지 않았던 주변의 풍경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켠에선 새벽녘 달을 배경으로 건물 사이에 걸쳐진 전깃줄이 보인다. 그 위에는 비행에 지친 듯 작은 새 여러마리가 내려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삶에 지친 우리들의 모습과도 같다. 뿐만 아니라 짙푸른 하늘, 은은하게 비추는 달과 별, 추억이 깃든 쪽지 등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소재들을 통해 다시금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여운을 선사한다.

임남진 작가의 개인전 ‘스틸라이프(Still Life)’ 를 관람한 시민들이 남긴 메모들.

임 작가의 근작은 시대의 군상을 넘어 일상의 풍경을 바라본다. 가늘고 질긴 거미줄, 얇은 낮달 등 풍경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일상의 면면이 담긴 화폭에는 그가 머물렀던 시선뿐 아니라 사람들의 각기 다른 내면의 감정들을 드러낸다. 하늘을 조각내듯 흐트러져 있는 전선은 복장한 심경을, 가로등 불빛은 피로했던 하루를 감싸 안아주듯 위로하는 나날을 떠올리게 하는 듯 평범한 일상 속 이야기를 담담히 드러낸다.
 

임남진 작가

임남진 작가는 ‘내면의 사유’를 은유적으로 화폭에 표현하고자 작가로서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그 안에서 찾고자 한 미적 조형에 대한 끊임없는 시도와 연구의 결과를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냈다.

작가의 시선이 총망라된 ‘스틸라이프’ 연작이 바로 그것이다. 스틸라이프 의미처럼 정지된 삶, 고요한 사물처럼 화려한 색감안에 숨죽여 고요히 색의 번짐을 품고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임남진 작가는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과 소중함, 그리고 더 나아가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임남진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으며, 제19회 광주미술상을 비롯 원진미육대상 특별상, 하정웅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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