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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눈이 영혼의 무게라면!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은 몇 그램이나 될까?
1907년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 의사 던컨 맥두걸이 당시에 가장 정교하다는 저울로 쟀다는 영혼의 무게, 21그램! 그러나 그보다 고대인이 상상 속에서 정의의 저울로 쟀던,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영혼의 무게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눈이 내리고 나면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산길이 보인다. 실타래처럼 엉킨 마음속 길도 눈이 내리고 나면 조금 보일지도 모르겠다.
겨울다운 풍경과 송년의 시간 속에서 보낸 하루, 너무 가벼워서 가늠조차 가지 않는 무게라 할지라도, 영혼이 21그램만큼 나의 무게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을 내 뜻대로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조금은 생긴다.
우리는 애초에 이 작은 마음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무겁다. 마음이 가볍다. 마음이 붕 뜬다. 마음을 가라앉힌다….우리는 마음의 질량을 느낀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공간을 차지한 채 우리의 살갗에 닿아지는, 그런 투명한 무게들이 있다.
세상을 골고루 덮어주는 첫눈, 이겨야 한다고 버텨야 한다고 애쓰며 살던 자신을 한번쯤 풀어놓게 하는 날, 따뜻하게 감싸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담요 같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영혼의 하얀 눈을 그려보자.
그동안 못 보고 지나친 영혼의 색과 무게를 하나쯤 찾아내고픈 하루다.
<여수 경도에서 화가 강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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