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요소 가미해 희망 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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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요소 가미해 희망 주고 싶었죠”
화순 출신 배다인 작가 동화 ‘도깨비도 연습이 필요해’
도깨비 양면적 이미지 창작 활용…무한한 가능성 담아
2022년 12월 11일(일) 20:15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 있어도 삶은 소중한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혹시 생활 속에 어려움이 있으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즉 긍정적인 마음으로 적극적인 삶을 개척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보았지요.”

다들 세상살이가 팍팍하다고 한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과 경제난은 서민들의 삶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삶이 어려워지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저소득층과 아동들이다. 특히 티 없이 자라야 하는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훨씬 크다

화순 출신 배다인 동화작가가 장편 동화 ‘도깨비도 연습이 필요해’(소년 한길)를 펴냈다.

제목부터 이색적인 작품은 지금껏 전통 설화나 민담 속에서 봐왔던 ‘만능 도깨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 도깨비는 권선징악의 모습으로 그려져 온 게 일반적이다. 어려운 사람은 도와주고 나쁜 사람은 벌을 주는 이미지였다.

출간 소식을 전하는 배 작가는 “도깨비의 양면적 이미지를 창작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깨비도 어린이와 똑같이 성장하는 존재라는 상징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동화를 쓰는 작가가 아니면 떠올릴 수 없는 재미난 상상이다. 아마도 작가는 한동안 도깨비를 머릿속에 품고 살았던 모양이다.

지금까지 보아온 배 작가는 부지런하고 성실하다. 조선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틈틈이 동화를 쓴다. 연구 논문을 쓰고 학생을 지도하는 일도 게을리 할 수 없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주부로 아내로 해야 할 일이 만만치 않았을 터다.

“단편 동화는 순발력을 필요로 하지만 장편 동화는 서사가 긴 만큼 균형이 중요합니다. 집중력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 체력적인 뒷받침도 필요하지요. 물론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랍니다. 행복은 순간이고 차츰 두려움이 밀려온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독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작품집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고 견고하게 뿌리를 내릴지 등등 마치 ‘어린아이’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 느낌이 들지요.”

배 작가는 이번 동화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사실 동화의 본령은 환상성에 있다. 배 작가의 첫 창작집 ‘은골무’에도 판타지적인 요소들이 등장한다. 그는 “판타지적인 요소는 기존에 발표했던 사실 동화 작품들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등장인물의 행동에 긍정적이고 자율적인 요소를 풍요롭게 부여할 수 있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작품 ‘도깨비도 연습이 필요해’는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마법을 펼치는 도깨비도 무엇이든 잘 해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는다는 사실은 호기심을 유발한다. ‘마법을 펼치는 도깨비든 예외는 없다’는 견해는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아울러 상상의 나래를 선사한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끔이 많은 수현이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도깨비 고개를 찾아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한 할머니가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를 불러내는 주문을 알려준다. 어느 캄캄한 밤 수현이는 도깨비를 불러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꼬마 도깨비는 수현이가 소원을 말할 때마다 들어주기 어렵다고 거절한다. 대신 연습을 해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도깨비 자신도 소원 들어주는 연습을 하는 중이라 언제고 훌륭한 도깨비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

작품은 환상적인 요소 속에 의미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무언가를 잘 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정말로 간절히 이루고 싶은 소원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무수한 연습을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요. 물론 어린이들이 독서를 하다 보면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할 수도 있겠지요.”

저자는 동화를 쓸 때 “어린이만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동화는 인간 본성과 세상의 진솔함을 보여주는 장르이기에 창작과 아울러 폭넓은 탐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동화를 쓰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접하고 인문학적 소양도 겸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자신을 낮췄다.

작가는 당분간은 대학 강의와 창작 활동에 매진할 생각이다. 물론 균형이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여력이 된다면 5·18을 소재로 한 어린이 극본집도 발간할 계획이다.

한편 배 작가는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제14회 한국문학 백년상 아동 부문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난 나쁜 친구야!’, ‘파도 너머 푸른 꿈’ 등의 작품집과 문학저서로 ‘동화의 재구성 능력계발’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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